지난해 8월 중국에 구금된 CGTN 앵커 청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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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중국 국영방송 CGTN의 간판 앵커 청레이가 국가 기밀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로 최근 정식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8일 "중국 정부로부터 청레이가 지난 5일 공식 체포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 "청레이는 중국의 국가 기밀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ABC방송도 7일 중국 당국자를 인용해 청레이가 국가 기밀을 외국 정보기관과 첩보요원에게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청레이가 환기나 자연채광이 안되는 방에 갇혔고, 여러 번 조사받았다"며 "최근엔 외부로 편지를 쓰거나 운동도 하지 못하도록 감시가 더 강화됐다"라고 전했다.
페인 장관은 "청레이가 구금된 뒤 지난달 27일까지 모두 6차례 면회했다"라며 "그의 신병과 구금 환경을 심각히 우려한다"라고 지적했다.
어렸을 때 중국에서 호주에 이민해 호주 국적자가 된 청레이는 2012년 모국으로 돌아가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유명 앵커가 됐다. 지난해 돌연 구금된 뒤 이날까지 그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호주와 중국 간 외교적 마찰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한 그의 구금을 놓고 정치적인 의도가 배경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호주 측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레이는 국가 기밀을 외국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지난 5일 정식 체포됐다. 현재 사건 처리는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법치국가로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독자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며, 관련자의 각종 권리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왕 대변인은 말했다.
이어 "호주는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하고 중국이 이번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하는데 어떤 형식으로라도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호주와 중국은 지난해부터 화웨이(華爲) 5G 장비 승인, 관세 부과,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을 둘러싸고 불화를 빚었다.
청레이는 구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등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공교롭게 청레이가 체포되기 6주 전 호주 안보정보원(ASIO)이 시드니에 주재하는 중국 국영매체 특파원 4명의 자택을 간첩 혐의로 압수한 터라 '보복성 구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청레이의 지인으로 알려진 블룸버그통신 베이징 지국의 중국인 현지 직원 헤이즈 판이 국가 안보 수사를 이유로 체포됐다.
앞서 2019년에도 호주 국적 소설가 양헝쥔(楊恒均)이 간첩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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