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8년 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놨던 대규모 역외 탈세(조세 회피) 관련 비밀 문건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에 대한 재판이 8일(현지시간) 파나마 현지에서 개시됐다.
파나마 일간지 라프렌사파나마와 AP·AFP통신에 따르면 파나마 제2형사법원 발로이사 마르키네스 부장판사는 이날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된 로펌 '모색 폰세카' 설립자 등 27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유르겐 모색(76) 전 모색 폰세카 공동 설립자를 비롯한 주요 피고인은 대체로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파나마 검찰은 은행 송금 명세를 비롯한 각종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고 라프렌사파나마는 전했다.
모색은 앞서 법정 앞에서 현지 취재진에 "(재판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며 "진정한 정의가 있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피고인인 라몬 폰세카는 질병을 이유로 법정에 불출석했다.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법률회사이자 '역외 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았던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문건이다.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처음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4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0여 개 나라 100여명의 인사가 조세 회피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1천100만여건의 문건이 공개되며,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여파로 당시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 총리가 사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부친,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당시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자료를 분석해 보도하면서, 문서 내부에 기재된 거주지 주소, 여권번호, 국적 등을 통해 한국인으로 보이는 23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조세회피처 설립 서류에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은 197명이었고, 한국인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법인은 공기업을 포함한 90곳이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모색 폰세카는 이 사건 이후 2018년에 문을 닫았다.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 이후 파나마 정부는 로펌이 반드시 회사 실소유자를 파악하고 확인하도록 하는 등 역외 회사를 통한 자금 유출 방지 제도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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