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카 프로그램 폐지 조치를 강행하자 당시 연방 대법원 앞에서 이민 단체 관계자들이 다카 수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방 법원이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다카) 프로그램에 대해 또 다시 위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본보 15일자 보도) 60만여 명에 달하는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들의 운명이 다시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항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결국 다카 프로그램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 뚜렷한 보수 우위 구도인 대법원에서도 위헌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다카 수혜자들을 포함한 서류미비 이민자들 구제는 연방의회 차원의 입버이 필요하다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방 법원 텍사스 지법의 앤드류 해넌 판사는 지난 14일 판결에서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행된 DACA 프로그램에 대해 “연방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며 재차 위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DACA 프로그램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 명령은 내리지 않아 기존 수혜자에 대한 보호 조치와 갱신 신청은 유지되도록 했다.
해넌 판사는 2020년에도 DACA 프로그램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텍사스주 등 보수성향 9개 주정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 연방 제5순회항소법원은 DACA 프로그램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개정한 DACA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해당 소송을 다시 1심으로 내려 보냈다.
이에 다시 해넌 판사가 소송을 맡았지만 “개정된 DACA가 이전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해넌 판사는 DACA 프로그램에 대한 즉시 중단 명령은 내리지 않아 현재처럼 기존 수혜자의 갱신 신청은 가능하고 신규 신청만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연방 대법원의 구도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이기 때문에 만약 DACA 위헌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앞날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와 원치 않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년들을 추방 위기에서 보호해주고 학업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영구화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의 김정우 공동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은 법원이 우리 커뮤니티를 위해 행동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며 연방 의회에서 1,100만여 명의 서류미비자 구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이민자 단체들도 “법원 소송을 통한 DACA 폐지 시도는 이민자 차별이자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DACA 수혜자 보호를 위해 임시적 성격의 행정명령이 아닌 연방 의회 차원의 입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연방 의회에서 DACA 수혜자 보호 법안은 여러 차례 추진됐음에도 결국 입법에는 실패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와 원치 않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소년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다카 제도는 현재 시행 11년째를 맞고 있다. 2012년 6월15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불법 체류 청소년들이 추방을 면하고 학업과 취업을 이어갈 길을 열었으며, 이 제도의 수혜자는 ‘드리머’(dreamer)라고 불린다.
이민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80만 명 이상이 다카의 혜택을 받았고, 현재는 60만여 명이 다카 지위를 갖고 있다. 애초 불법 이민자였거나,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비자 만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 불법 체류자가 된 부모의 자녀들로, 중남미 국가 출신이 대부분의 대상자지만 한인들도 수천명에 달한다.